본문 바로가기

Art Dealer

아트 딜러(Art Dealer)의 초상화

2004 5월 뉴욕 소더비에서 1400만 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520만 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다섯 번째 연인인 도라 마르를 그린 초상화는 유명합니다.

 

평생 여섯 여자와 살았을 정도로 여성편력이 심했던 피카소는 자신의 연인을 모델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런데 피카소가 즐겨 그렸던 모델이 또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딜러였습니다.

피카소가 남긴 유명한 초상화 중에 칸바일러의 초상화볼라르의 초상화라는 게 있는데, 칸바일러(Daniel Henry Kahnwiler, 1884~1979)와 볼라르(Ambroise Vollard, 1867~1939)는 둘 다 피카소의 딜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다른 유럽 작가들의 딜러이기도 했습니다. 세잔과 르누아르도 볼라르의 초상화를 남겼습니다.

  

딜러는 갤러리를 운영하기 때문에 보통 갤러리 주인입니다. 그리고 유명한 갤러리는 딜러의 이름을 딴 게 많습니다. 래리 가고시언이 운영하는 가고시언 갤러리, 매리언 굿맨이 운영하는 매리언 굿맨 갤러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피카소의 딜러 볼라르는 이미 19세기 말에 딜러라는 직업으로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볼라르는 1894년에 파리에 갤러리를 열고, 바로 이듬해에 세잔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세잔의 작품이 아직 비싸지 않을 때 미리 알아보고 저렴하게 사들였기에 크게 이익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반 고흐, 고갱, 피카소, 보나르, 르동, 드레인, 루오 등 나중에 크게 성장한 작가들의 작품도 일찍 사들였습니다. 볼라르는 작가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작품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고 오랫동안 잘 숨겨놓았다가 때가 되면 한 번에 보여주는 작전도 썼습니다.

 

볼라르가 처음으로 유명세를 떨친 딜러라면, 칸바일러는 그보다 뒤에 등장했지만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딜러였습니다. 특히 20세기 초 파리에서 피카소와 브라크로 대변되었던 입체파 미술을 적극 지원하고 홍보했습니다.

 

칸바일러는 부잣집 아들이었던 덕에 스물여덟 살에 이미 파리 시내에 작은 갤러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훌륭한 딜러로 역사에 남은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보는 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칸바일러는 1907년 봄 파리에서 피카소의 스튜디오를 처음 방문하고 피카소의 역작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보았습니다. 한 눈에 피카소가 대가임을 알아봤습니다. 칸바일러는 즉시 피카소의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화가인 브라크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카소와 브라크이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 전시를 본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루이 보셀르가 물체를 정육면체(큐브) 모양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해 입체파(큐비즘)’라는 말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칸바일러는 피카소, 브라크, 드레인과 독점계약을 맺습니다. 현대미술계에서 딜러와 작가가 흔히 가지는 관계가 이 때 나타납니다. 칸바일러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계약을 맺은 화가들을 홍보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작품을 손에 넣으면 우선 모두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그 사진으로 언론이나 해외 미술계에 홍보를 했습니다. 입체파 미술과 대표작가들을 알리는 책과 도록도 여러 권 썼습니다. 그림장사에서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20세기 초 유럽에 이런 딜러들이 있었듯, 20세기 후반 미국에는 미국의 현대미술을 키우는 딜러들이 있었습니다. 리오 카스텔리(Leo Castelli, 1907~1999)는 뉴욕에서 아주 유명했던 딜러입니다.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등 미국의 현대미술이 인기를 얻는 데 리오의 역할이 컸습니다. 후대 사람은 리오를 가리켜 부르주아 미술시장을 개척했다고도 말합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앤디 워홀, 제임스 로젠퀴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팝아트 작가들을 홍보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통로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파리에서 갤러리를 했던 리오 카스텔리는 1941년에 뉴욕으로 이민간 뒤 잭슨 폴록, 윌렘드 쿠닝처럼 당시 미국에서 막 활동을 펼치던 젊은 작가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1957년에 첫 갤러리를 내고 미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인 재스퍼 존스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미국 팝아트가 발달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사람입니다.

 

볼라르, 칸바일러, 리오 카스텔리 같은 거장 딜러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했다는 점입니다. 미술 장사꾼이긴 하지만 안전한 대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술사에 획을 긋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미술계에서도 필요한 게 이런 딜러입니다. 몇몇 블루칩 화가들의 작품을 손에 넣고 주무르는 딜러가 아니라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낼 수 있는 딜러 말입니다.

'Art Deal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유물 경매 시장  (0) 2008.12.19
미술시장과 아트딜러  (0) 2008.12.18
미술품 감상법  (0) 2008.11.25
챌시에서 열린 오프닝 현장  (0) 2008.11.25
미술시장  (0) 2008.11.15